의료법 개정으로 2009년 5월 1일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업’이 허용되면서 지난해 외국인 환자 15만5672명이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찾았다. 2009년 6만201명보다 2.6배나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중 외래환자는 12만5450명(80.6%)이었고, 건강검진자는 1만5593명(10.0%), 입원 환자는 1만4629명(9.4%)이었다. 국적별로 중국(24.0%)과 미국(23.0%)이 많았으며 일본(14.1%) 러시아(14.1%) 몽골(6.4%)이 뒤를 이었다. 진료과목 역시 내과(22.3%) 검진센터(11.6%) 피부과(7.9%) 성형외과(7.6%) 산부인과(5.3%) 순으로 다양해졌다.
이처럼 외국인 환자는 해마다 증가해 ’의료한류’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외국인 환자는 서울에만 집중돼 있고 환자를 중개ㆍ알선하는 브로커가 병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진료비 이외 수익 중 많게는 70% 이상을 브로커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환자들도 따지고 보면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들이 대다수고 질환도 아직은 중증보다 피부미용이나 성형에만 국한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쏟아부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의료관광이 창조경제에 부합한 미래산업으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지만 메디텔(Meditel) 건립과 함께 국내 보험사에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 환자 유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2000명을 진료한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초 ’두바이 삼성 메디컬센터’를 철수시켰다. 외국인 환자 대부분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고 실익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대학병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외국인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때 병원을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먼저 선택한 뒤 병원을 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외국인 환자 진료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부와 의료기관이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로 진료수입은 4.4배 늘어난 약 2400억원에 달했다. 건강 관련 여행수입 역시 346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는 태국 싱가포르 인도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개ㆍ알선업체들이 의료 질보다 수익 마진이 높은 병ㆍ의원에 환자를 보내고 병ㆍ의원은 진료수가를 무시하고 진료비를 깎아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할인된 진료비는 브로커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전제 환자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주권 JK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외국인 화자에게 한국인 환자보다 싸게 해주는 병원들이 있다. 다른 병원들도 환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추게 된다”며 “결국 가격파괴는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주 원장은 “중국기업들이 한국에 있는 건물을 사들여 한국 병원들을 입점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개발팀장은 "일례로 라식수술을 보면 가격 파괴가 일어나면서 초기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국내 의료기관들 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가격경쟁이 불법 브로커 개입을 부추기고 있다"며 "외국 브로커에게 각을 세우면 올 환자도 못 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브로커를 양성화하고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수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와 관련한 부작용을 줄이는 해법은 독일 대형병원들에서 찾을 수 있다.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UKE) 관계자는 "병원 자체에서 항공사ㆍ호텔과 협약관계를 맺어 편안한 의료관광이 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를 저가 호텔에 묵게 하고 싸구려 식사를 주는 악덕 브로커들에게 진료비의 몇 십배에 달하는 거액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독일 베를린 심장센터 대학병원(DHZB)은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별도로 게스트하우스를 병원 안에 설치했다. 보호자나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공항 픽업 서비스와 통역 서비스도 지원된다. 독일은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짧은 대기 시간, 고정된 가격 덕분에 스위스 미국 영국 스웨덴 환자들이 찾고 있다.
터키도 최근 들어 주목받는 선진 의료관광국이다. 한 해 터키를 방문한 의료관광객은 10만9678명에 불과하지만 알짜 환자가 대다수다. 병원 대부분이 나라에서 관리하는 인증을 획득했고 의료진이 미국과 유럽에서 수련해 의료 수준이 높다. 터키는 유럽과 중동 사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관광산업이 발달해 여행하기 편리하다는 이점도 한몫하고 있다. 의료관광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사업 초기에 터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전문 브로커 부족, 미숙한 행정절차, 홍보 부족 등이 해결 과제로 지적받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터키 정부는 2010년부터 4년에 걸친 전략계획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랍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인 결과 불임시술이나 탈모 치료를 위해 터키를 찾는 아랍인이 급증하고 있다.
독일과 터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의료관광 산업은 병원 자체 노력과 정부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국내 일부 대학병원들도 외국인 환자를 중심으로 국제진료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는 악덕 브로커와 연결된 단순한 성형이나 미용 목적이 아닌 체계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의료법 개정으로 2009년 5월 1일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업’이 허용되면서 지난해 외국인 환자 15만5672명이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찾았다. 2009년 6만201명보다 2.6배나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중 외래환자는 12만5450명(80.6%)이었고, 건강검진자는 1만5593명(10.0%), 입원 환자는 1만4629명(9.4%)이었다. 국적별로 중국(24.0%)과 미국(23.0%)이 많았으며 일본(14.1%) 러시아(14.1%) 몽골(6.4%)이 뒤를 이었다. 진료과목 역시 내과(22.3%) 검진센터(11.6%) 피부과(7.9%) 성형외과(7.6%) 산부인과(5.3%) 순으로 다양해졌다.
이처럼 외국인 환자는 해마다 증가해 ’의료한류’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외국인 환자는 서울에만 집중돼 있고 환자를 중개ㆍ알선하는 브로커가 병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진료비 이외 수익 중 많게는 70% 이상을 브로커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환자들도 따지고 보면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들이 대다수고 질환도 아직은 중증보다 피부미용이나 성형에만 국한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쏟아부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의료관광이 창조경제에 부합한 미래산업으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지만 메디텔(Meditel) 건립과 함께 국내 보험사에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 환자 유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2000명을 진료한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초 ’두바이 삼성 메디컬센터’를 철수시켰다. 외국인 환자 대부분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고 실익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대학병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외국인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때 병원을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먼저 선택한 뒤 병원을 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외국인 환자 진료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부와 의료기관이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로 진료수입은 4.4배 늘어난 약 2400억원에 달했다. 건강 관련 여행수입 역시 346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는 태국 싱가포르 인도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개ㆍ알선업체들이 의료 질보다 수익 마진이 높은 병ㆍ의원에 환자를 보내고 병ㆍ의원은 진료수가를 무시하고 진료비를 깎아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할인된 진료비는 브로커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전제 환자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주권 JK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외국인 화자에게 한국인 환자보다 싸게 해주는 병원들이 있다. 다른 병원들도 환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추게 된다”며 “결국 가격파괴는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주 원장은 “중국기업들이 한국에 있는 건물을 사들여 한국 병원들을 입점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개발팀장은 "일례로 라식수술을 보면 가격 파괴가 일어나면서 초기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국내 의료기관들 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가격경쟁이 불법 브로커 개입을 부추기고 있다"며 "외국 브로커에게 각을 세우면 올 환자도 못 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브로커를 양성화하고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수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와 관련한 부작용을 줄이는 해법은 독일 대형병원들에서 찾을 수 있다.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UKE) 관계자는 "병원 자체에서 항공사ㆍ호텔과 협약관계를 맺어 편안한 의료관광이 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를 저가 호텔에 묵게 하고 싸구려 식사를 주는 악덕 브로커들에게 진료비의 몇 십배에 달하는 거액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독일 베를린 심장센터 대학병원(DHZB)은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별도로 게스트하우스를 병원 안에 설치했다. 보호자나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공항 픽업 서비스와 통역 서비스도 지원된다. 독일은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짧은 대기 시간, 고정된 가격 덕분에 스위스 미국 영국 스웨덴 환자들이 찾고 있다.
터키도 최근 들어 주목받는 선진 의료관광국이다. 한 해 터키를 방문한 의료관광객은 10만9678명에 불과하지만 알짜 환자가 대다수다. 병원 대부분이 나라에서 관리하는 인증을 획득했고 의료진이 미국과 유럽에서 수련해 의료 수준이 높다. 터키는 유럽과 중동 사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관광산업이 발달해 여행하기 편리하다는 이점도 한몫하고 있다. 의료관광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사업 초기에 터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전문 브로커 부족, 미숙한 행정절차, 홍보 부족 등이 해결 과제로 지적받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터키 정부는 2010년부터 4년에 걸친 전략계획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랍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인 결과 불임시술이나 탈모 치료를 위해 터키를 찾는 아랍인이 급증하고 있다.
독일과 터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의료관광 산업은 병원 자체 노력과 정부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국내 일부 대학병원들도 외국인 환자를 중심으로 국제진료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는 악덕 브로커와 연결된 단순한 성형이나 미용 목적이 아닌 체계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